끄적끄적/소설

소년과 소녀

빠르게 달리는 기차 안, 많은 승객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북적이고 있다. 그곳에 한 소년이 앉아 있다. 창가 쪽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는 소년은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면 소년이 자리를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한다. 잠시 후 기차가 멈쳐 서고 소년은 기차 밖으로 나선다. 

오랜 시간을 기차에서 있었는지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소년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 훤칠한 키는 아니지만 적당히 평균적인 키에, 일반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소년은 말 그대로 평범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스트레칭을 마친 소년은 역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였다. 소년이 있는 이곳은 공기는 제법 쌀쌀하지만 내리 쬐는 따스한 햇빛에 좋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정류장에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버스에 올라 지갑을 카드기에 가져갔는데 반응이 없어 카드를 꺼내보았지만 여전히 카드기는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어? 이상하네. 아저씨, 티머니 안돼요?"

소년이 버스기사를 향해 말하였다. 버스기사는 소년을 한 번 쓱 훑어 보더니 이내 운전에 집중을 하면서 말하였다.

"거, 안되면 얼른 돈 내고 앉어."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다시금 물어보고 나서야 소년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주섬주섬 돈을 찾았다. 기차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년은 미묘한 표정으로 창 밖만 바라볼 뿐이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울리는 안내방송 소리에 소년은 벨을 눌렀다. 

소년이 도착한 곳은 인적이 많지 않은 도외지였다. 농촌은 아니었기에 도외지라고 해도 조그만 규모일 뿐이지 적당히 있을 것은 다 있어 보였다. 버스에서 내린 소년은 길을 잘 모르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걷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둘러보면 꼭 몇 명씩은 보이는 한적하고 조용한 길거리이다. 얼마 걷지 않아서 소년이 도착한 곳은 원룸이라는 글씨가 쓰인 건물이었다. 

"자.. 202호.. 202호."

소년은 살짝 들뜬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소년의 발걸음은 경쾌해 진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계속 알 수 없던 무표정이었던 얼굴에도 조금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 202호 앞에 도착한 소년은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찾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집의 모습은 전형적인 원룸의 형태였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보이는 것은 현관과 방을 나눠주는 미닫이 문이었다. 현관에서는 바로 화장실로 갈 수 있었고, 미닫이 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 눈에 보이는 방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혼자서 생활하기에는 부족해 보이지 않는 크기였다. 방 한 쪽에는 침대가 있었으며 그 위로는 책상이 보였다. 반대쪽 사이드에는 티비와 행거가 보였다. 현관에서 들어온 미닫이 문 맞은 편에는 또 하나의 미닫이 문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주방이 있었다. 주방에는 싱크대와 작은 냉장고 그리고 조그마한 세탁기도 있었다.

"후우.. 드디어 도착했네."

방에 들어온 소년은 방을 한 번 둘러보더니 이내 웃옷을 벗어 던지고 침대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잠시 멍 때리는가 싶더니 휴대폰을 찾아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어 그래, 우리 아들! 지금 어디야? 잘 갔니?"

통화음이 흐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의 휴대폰 너머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네, 어머니. 지금 막 원룸에 도착했어요."

"그래, 고생 했다. 안 그래도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아서 연락하려고 했어. 많이 피곤하지?"

"네, 어머니 걱정하실 까봐 오자마자 연락 드린 거예요. 그래도 저번에 짐을 다 옮겨놔서 한결 편하네요."

"그래 그래, 이제 우리 아들 보고 싶어서 어쩌니. 벌써부터 집 안이 휑해. 너무 멀어서 자주 오지도 못할 텐데. 앞으로 잘 지낼지 걱정이야. 밥은 잘 챙겨 먹을지..."

"에이, 이제 저도 다 컸는 걸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신에 자주 연락 드릴께요."

"어이구, 우리 아들! 그래, 알았어. 지방대라고 너무 상심하지 말고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하고!"

"네, 알겠어요. 어머니 저 이제 좀 씻고 쉴게요. 바로 연락 드린 거라서 아직 씻지도 못했어요."

"그래, 밥도 잘 챙겨서 먹고 오늘은 푹 쉬어. 그래야 내일 학교 가지!"

"네, 어머니. 또 연락 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소년은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의 얼굴에는 많은 고민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에라! 모르겠다! 뭐 될 대로 되겠지! 일단 씻고 보자!"

누워있던 소년은 혼잣말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천천히 옷을 벗고 느긋하게 화장실로 들어 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소년은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소년이 본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 샤워하기 전에 봐 둘껄."

소년이 짧은 탄식을 했다. 소년은 머리를 대충 말리고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소년이 지갑만 챙겨서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진 휴대폰이 소년에 눈에 밟혔다. 휴대폰의 시간은 오후 6시를 살짝 넘기고 있었다. 

"어쩐지 배고픈 것 같더라니.. 뭐라도 먹어야 하나.."

소년이 휴대폰을 보면서 말하였다. 소년은 방 안을 두리번 거리더니 무언가를 찾아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네, 여기 202호인데요. 짜장면 한 그릇만 배달 해 주세요."

음식을 시키고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소년은 다시 휴대폰을 침대에 던져 버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밖은 해가 져가고 있었기에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지만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니 기온이 제법 쌀쌀했다.

소년은 근처를 헤매이다 편의점에 도착했다. 편의점은 원룸 가까이에 있었는데 소년은 길을 잘 몰라 편의점 주위를 빙 둘러서 오게 되었다. 편의점에 들어간 소년은 마실 물과 음료수, 간식거리 몇 개를 집어서 원룸으로 향하였다.

소년이 원룸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 시킨 음식이 왔다. 티비를 보며 짜장면을 먹는 소년의 모습은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소년은 그렇게 몇 시간 동안 티비를 켜 놓고 여유롭고 한적한 시간을 보냈다.


'끄적끄적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난감  (0) 2015.12.11
,